5.시청률, 기억상실 <신사와 아가씨>의 신지평 :

◆한국 장편 홈드라마는 대중성을 지향한다. 21세기 TV 드라마의 대중성은 시청률이다. 시청률이 높은 만큼 대중의 관심은 크다. 시청률이 높으면 광고회사는 물론 자사 제품을 홍보하려는 기업 측도 매우 반가운 일이다. 자사 제품에 대한 대중의 인지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감독, 작가, 탈란트는 모두 만족할 것이다. 시청률 20%만 넘겨도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지만 이미 30%를 거쳐 35%를 넘었으니 흥분치가 올랐을 것이다. 내친김에 40%를 넘어 국민드라마로 가자고 결심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사항이 두 가지 있다.

첫 번째, 제작진과 탤런트의 피로! 시청률이 올라갈수록 쥐어짜는 방법. 순간 시청률까지 바라보는 드라마 제작진과 광고회사로서는 시청률을 올리는 게 전쟁 같은 것일 수 있다. 그러나 35%를 넘는 지점에서 오히려 여유가 필요하다. 여유를 누리며 충분한 휴식 속에 시청률이 오르지 말란 법은 없다. 이미 드라마를 찍었다면 문제될 게 없다.-

둘째, 시청률을 올리기 위한 가장 쉬운 방식, 비윤리적 유혹을 피하라. 마그드라는 말이 유행하기도 했고, 욕드라는 말도 있었다.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 <신사와 아가씨>를 ‘욕도’라고 부르지 않지만 자칫 막장 드라마라는 느낌을 줄 수도 있다. 다행히 이 드라마가 불륜 패륜 부정에 치우치지 않기 때문에 막장 드라마라고는 할 수 없다.

쥐어짜야 시청률이 오른다는 사고는 20세기의 낡은 사고다. 21세기 시청자들은 달라졌다. 여유 속에서도 호기심과 관심을 키우는 문화가 이미 형성돼 있다. 제작진이 더 잘 알겠지만 20, 30대에서 이런 흐름의 홈드라마를 놓치지 않을지, 외면할지를. 아슬아슬하게 그러니까 원점에서 출발해야 돼

기억상실을 너무 비틀었나? 한 번은 22세 이후의 기억 상실. 다음에는 기억을 회복하고 다시 기억 상실로. 이번에는 첫 번째 기억 상실 이후 3개월 동안의 일이 기억 상실. 그 과정에서 오락가락하는 박단당과 알아봐라! 클라이맥스의 고비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 기억상실이 길어지면 시청률이 낮아질지도 모른다

그 돌파구는 삼각관계를 어떻게 넓히느냐에 있다. 삼각관계는 오래전부터 시청률도 올려 장편 홈드라마 수법이다. 그러나 이 또한 양날의 칼, 자칫하면 비윤리적으로 떨어진다.

무엇보다 박단당-이용국을 중심으로 삼각관계를 펼친 것은 어떤 평가를 받을까.

처음엔 장국희-이용국-조사라의 삼각관계를 설정하는 듯하더니 장국희는 유학을 떠나면서 퇴장시켰다. 조사라가 승리할 듯할 때 박단단을 등장시켜 조사라-이용국-박단의 삼각관계를 내세웠다. 그런데 이번에는 박단당의 남자 친구를 등장시켜 남자 친구-박단당-이용국으로 삼각관계를 설정하고 어느 정도 흥미를 느껴 남자 친구를 퇴장시켰다.

그리고 이용국-조사라-차공 삼각관계를 만드는 듯하더니 어느새 차공으로 한발 물러서 박단당-이용국-조사라의 삼각관계로 흥미롭게 끌고 갔다. 그러다가 느닷없이 조사라의 나쁜 애인이자 이세정의 아버지인 진상구를 등장시켜 이영국-조사라-진상구로 삼각관계를 설정했다. 진상은 조사라를 버리고 떠난 뒤 다른 여자와 결혼했다가 이혼한 남자로 등장한다. 그는 조사라에게 돈을 갈취하는 악인이야.

그래, 이 정도의 삼각관계는 장편 홈드라마의 서사문법이니, 지금도 받아들여진다.

다행히 삼각관계의 중심에 조사라가 서 있다는 게 새롭다. 조사라의 캐릭터는 사람이라면 그럴 수 있다고 인정할 만한 캐릭터다. “내가 원했던 대로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면서 ‘너덜너덜’하고 본심을 밝히는 조사다. 그런 그녀가 삼각관계의 중심에 서 있다!

아마도 조사라의 재탄생이 이번 홈드라마의 새로운 면일 것이다. 이전 드라마의 삼각관계에서 악인은 온갖 비겁하고 악행을 일삼으며 외롭거나 비참한 종말을 맞이하는 주변 캐릭터에 불과했지만 조사라는 게 아니라 새로운 길이 열리고 있다. 그녀 곁에 찬 기운이 감돈다. 때로는 정의의 용사이고 때로는 입을 다문 모습으로… 차분하면서도 빛이 난다.조사라와 자공, 드라마가 막장 길을 막는다.

또 하나의 삼각관계.’아나김-박수철-차영실’의 삼각관계.

외딴 애송이의 불륜, 패륜과는 거리가 멀다. 꿈을 이루기 위해 사랑하는 가족을 떠난 여인, 아니 떠나야 했던 여인. 그런 아나킴이 사랑을 되찾고 싶어한다. 악의 모습은 없는 아나킴은 처음부터 악인은 아니었다 그런 아나킴이 어느새 남편 박수철과 딸 박단단에게 다가온다. 시청자에게 저 어때요? 하고 다가선다.

게다가 눈앞의 돈을 외면하지 못하는 차영실의 캐릭터 또한 우리의 모습인데 어떻게 지나칠 수 있겠는가. 박수철을 위기의 순간부터 살려낸 차영실, 살려고 애쓴 차영실, 가난해서 돈을 추구한 것이 왜 손가락질을 받아야 하느냐고 반문한다. 얄미우면서도 정이 가는 캐릭터다. 돈을 보면 아무 생각도 안 나고 돈을 주면 꿀꺽 삼키고 입을 깨끗이 씻는다.

그런 차영실을 나무라는 장미숙의 모습이 시원하다. 박수철의 누이이자 애틋한 차영실의 매부이자 당당한 그 모습, 우리의 모습이다. 기대된다

그런데 이중 사돈 중 한 쌍인 ‘박대범-이세령’의 이야기가 궁금하다.이세령의 친구 오승호를 등장시켜 오승호-이세령-박대범의 삼각관계로 돌파구를 찾을 것이다. 여기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조사라를 둘러싼 다층적인 삼각관계는 진행 중이고, 여기에 애나김-박수철-차영실의 삼각관계, 그리고 갓 등장한 오승호-이세령-박대범의 삼각관계가 서로 교차하며 드라마가 펼쳐질 것이다. 답보상태에 놓인 기억상실을 보완하는 정도에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여유가 있으면서도 집중적인 삼각관계로 기억 상실에 허덕이는 상황을 타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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